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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이와 함께 하는 국도 이야기

영산강, 자전거로 흐르다

by 몽이와 함께하는 국도이야기 202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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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옆에 두고 달린다는 것

영산강을 따라 달릴 때면, 이 길이 왜 자전거에도 ‘드라이브’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목적지를 향해 힘을 주어 페달을 밟는 라이딩이 아니라, 강의 흐름에 맞춰 속도를 맡기는 이동에 가깝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영산강 하구둑 근처에서 출발한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이 지점은 늘 바람이 먼저 반긴다. 자전거에 올라타기 전부터 이미 풍경이 시작된 느낌이다. 수면은 넓고, 시야는 막힘이 없다.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강은 정면에 있지 않고 늘 옆에 있다. 따라간다기보다 나란히 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하구둑을 지나 무안과 일로 쪽으로 접어들면 풍경은 한층 낮아진다. 높은 건물도, 복잡한 표지도 없다. 논과 물길, 하늘이 같은 높이에서 이어진다. 이 구간에서는 속도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가야 보이는 것들이 많다.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불어오는지, 갈대가 어느 방향으로 흔들리는지, 물빛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자전거길 옆으로는 자동차들이 국도 2호선을 따라 달린다.

서로 다른 속도로 같은 풍경을 공유하지만, 이상하게도 방해된다는 느낌은 없다. 자동차는 풍경을 스쳐 지나가고, 자전거는 그 안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영산강에서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경쟁하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강을 대할 뿐이다.

영산포에 가까워질수록 강은 다시 사람 쪽으로 다가온다. 마을과 강 사이의 거리가 짧아지고, 자전거를 세울 만한 공간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잠시 멈추는 게 좋다. 꼭 무언가를 해야 해서가 아니라, 그냥 강을 바라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물은 여전히 흐르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멈춘다.

조금 더 달려 승촌보에 이르면 강은 다시 넓어진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시간대라면 수면에 비친 빛이 길 전체를 감싼다. 하루의 끝자락에 이 구간을 지나고 있으면, 오늘 달린 거리보다 남는 장면이 더 많아진다.

영산강 자전거 드라이브의 좋은 점은 완주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데 있다. 어디까지 갔는지보다, 어떤 속도로 강을 바라봤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체력이 남으면 조금 더 가고, 마음이 먼저 멈추면 그곳이 종점이다.

이 길은 성취를 요구하지 않는다. 

기록도, 속도도 필요 없다. 그저 강을 옆에 두고 달리는 시간 자체가 충분하다. 그래서 영산강에서는 자전거가 이동 수단이 아니라 풍경을 읽는 도구가 된다.

가끔은 빠르게 도착하는 것보다, 이렇게 흐르듯 이동하는 길이 더 여행답다는 생각이 든다. 영산강 자전거 드라이브는 그런 감각을 조용히 되돌려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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