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2호선의 끝에서 여수로 향하는 길
국도 2호선을 오래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이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지도에서는 광양과 순천이 종점이지만, 운전자의 마음속에서 이 길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지점에서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여기까지 왔는데, 여수는 얼마나 더 갈까?”

국도 2호선은 여수를 지나지 않는다.
이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길을 타고 내려온 사람이라면, 여수가 이미 여정 안에 들어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부산에서 시작해 창원과 진주를 지나 남해안을 따라 내려오던 도로는
광양과 순천에서 속도를 늦춘다.
공단의 풍경, 강과 들판, 그리고 바다의 냄새가 뒤섞이는 지점.
그곳에서 국도 2호선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라
방향을 고르는 길이 된다.
순천을 지나 광양에 들어서면 표지판이 말을 건다.
여수 30km.
이때부터 길의 성격은 달라진다.
직선 위주의 국도 감각은 사라지고,
바다를 향해 굽이치는 접속의 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화려하지 않다.
고속도로처럼 빠르지도 않다.
하지만 묘하게도 마음을 느슨하게 만든다.
산단을 지나고, 바닷물이 스며든 하구를 건너고,
섬이 보이기 시작하면 운전대에 얹은 손에 힘이 빠진다.
여수는 늘 이렇게 다가온다.
갑자기 나타나지 않고,
천천히, 준비된 사람에게만 풍경을 내어준다.
돌산대교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국도 2호선의 기억이 뒤에서 조용히 정리된다.
여수의 위상은 도시 자체보다 기능에서 드러납니다.
산업의 길, 생활의 길, 이동의 길이
이제는 머무는 길로 바뀐다.
밤이 되면 여수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바다는 검어지고, 불빛은 더 또렷해진다.
국도 2호선에서 달려온 시간들이
이곳에서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생각해보면, 국도 2호선은 여수를 지나지 않아도 충분했다.
광양과 순천에서 멈추어도 지도는 완성된다.
하지만 여행은 지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국도 2호선은 여수의 직접 통과로가 아니라
‘여수로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주간선’

국도 2호선의 끝은 도로의 끝이지,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
그 끝에서 여수로 향하는 길은
항상 한 박자 늦게 시작되지만,
기억에는 가장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국도 2호선을 달렸다면,
그 길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여수는 늘,
그 다음 페이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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